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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간'이 염증 유발… "간암으로 이어질 수도"[인터뷰]
지방간은 건강검진 수검자의 30% 이상에서 발견될 만큼 흔한 질환이다. 쉽게 말하면 간세포에 지방이 쌓이는 상태지만, 이 지방이 염증을 유발하면 간 섬유화, 간경변증, 심지어 간암으로까지 진행될 수 있다. 문제는 간에는 신경이 없어 이상이 생겨도 통증이 거의 없고, 자각 증상도 드물어 방치되기 쉽다는 점이다. 특히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아도 발생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국내 유병률이 높고, 고혈압·당뇨·심혈관 질환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내과 전문의 류수형 원장(류수형쏙내과의원)은 흔하다는 이유로 간과되기 쉬운 지방간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주요 원인부터 진단과 치료법까지 상세히 짚었다.
q. 지방간은 어떤 질환인가요?
지방간은 간에 지방이 낀 상태를 말합니다. 간 전체 무게의 약 5% 이상을 지방이 차지할 때 '지방간'으로 진단하는데, 크게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술을 많이 마셔서 생기는 경우가 '알코올성 지방간', 거의 마시지 않는데도 지방간이 생기는 경우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인데요. 특히 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대사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최근에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라는 용어 대신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이라고 부릅니다. 지방간은 건강검진을 받는 분들 중 약 30%가 진단을 받을 만큼 매우 흔한 질환입니다.
q. 그렇다면 먼저 알코올성 지방간의 원인은 정확히 무엇인가요?
알코올성 지방간의 원인은 술입니다. 술을 많이 마시면 간에서 중성지방이 많이 생성되고, 유리지방산이라는 지방 성분도 간세포로 많이 유입됩니다. 여기에 더해, 알코올이 대사 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아세트알데히드가 간세포 속 미토콘드리아를 손상시켜 지방 분해를 방해합니다. 이처럼 간세포 속으로 유입되는 지방은 늘어나고, 분해는 잘되지 않으면서 지방이 축적돼 알코올성 지방간이 생기게 됩니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의 경우, 많게는 약 90%까지 알코올성 지방간이 생길 수 있습니다.
q.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원인은요?
비알코올성 지방간, 즉 '대사이상 지방간'은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아도 생기는 질환입니다. 이 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대부분 뱃살이 있어서 내장지방도 많은 편입니다. 특히 내장지방은 유리지방산이라는 지방 성분을 많이 분비하는데, 유리지방산 또한 간세포로 유입되면서 지방이 쌓여 지방간이 생깁니다.
문제는 단순히 간세포에 지방이 끼는 것이 아니라 이 지방이 염증을 일으킨다는 점입니다. 지방간이 곧 지방 간염 → 간 섬유화 → 간경변증 →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어 초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q. 지방간은 소리 없이 진행돼서 더 무서운 질환이라 들었습니다. 어떤 위험성이 있나요?
지방간은 워낙 흔한 질환이다 보니 "괜찮겠지" 하고 방심하기 쉽습니다. 특히 간에는 신경세포가 없어 이상이 생겨도 통증이 거의 없고, 대부분 특별한 증상 없이 간 수치가 조금 올라간 정도로 발견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환자 본인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지방간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누구에게나 흔히 생기는 가벼운 질환으로 그 심각성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대사이상 지방간은 다음의 세 가지 중요한 위험성을 동반합니다.
첫째, 간 자체의 문제입니다. 간에 지방만 낀 '단순 지방간'은 당장은 큰 문제가 없지만, 이 지방이 염증을 일으키면 '지방 간염'으로 진행되고, 염증이 오래 지속되면 치유 반응의 하나로 간이 '섬유화'되기 시작합니다. 말랑말랑했던 간이 섬유화되면서 점차 딱딱해지는데 섬유화가 계속되면 마지막 단계가 바로 '간경변증(간경화)'입니다. 간경변증까지 진행되면 건강하게 오래 살기는 어렵다고 봐야 하고, 일부는 간암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둘째, 심혈관 질환 위험이 커집니다. 지방간은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대사질환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크게 증가합니다.
셋째, 암과 용종 발생 위험입니다. 담낭·대장 등에서 용종이 생길 확률이 일반인보다 2배가량 높고, 유방암, 갑상선암, 대장암 등 암 발병 위험도 일반인 대비 2배 수준으로 높아집니다.
q. 지방간으로 진단받으면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생활습관 교정으로도 개선이 될까요?
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끊으면 대부분 회복됩니다. 다만 술을 계속 많이 마셔 지방간을 넘어 알코올성 간염이나 간경변까지 진행된 경우에는 이전 상태로 회복되기 어렵습니다.
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대사이상 지방간) 치료의 핵심은 체중 감량입니다. 자기 체중의 약 10%를 6개월에 걸쳐 감량해야 하는데요. 예를 들어 60kg이라면 6개월간 6kg을 감량해야 합니다. 한 달에 1kg 정도 빼는 것이 쉬워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목표 체중 감량을 달성하는 비율이 10%가 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만큼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체중 감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식단 조절입니다. 밥의 양을 평소의 80%~90% 수준으로, 약 두 스푼 정도를 덜어내는 정도로 줄이고, 과일도 달지 않은 종류로 종이컵 한 컵 이하의 소량만 섭취해야 합니다. 과일은 건강식으로 여겨지지만, 과다 섭취 시 혈당을 높이고 체중 감량에도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탄수화물은 줄이고 단백질은 충분히 섭취해야 합니다. 한국인은 탄수화물 섭취 비중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줄인 밥이나 과일의 양만큼 단백질로 채우는 것이 좋습니다. 지방 섭취는 한국인의 평균적인 식단에서 비교적 많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기름진 음식을 과하게 먹지 않는 이상 큰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운동도 꼭 병행해야 합니다. 헬스장을 등록했다가 금방 그만두기보다는 즐겁게 꾸준히 할 수 있는, 좋아하는 운동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탁구, 배드민턴, 빠른 걷기, 댄스 등 어떤 종목이든 상관없이 일주일에 150분 이상 꾸준히 해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q. 약물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간에 쌓인 지방을 완전히 제거해 지방간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없습니다. 다만 몇 가지 후보 약물이 연구 중이며, 이들 역시 지방을 줄이기보다는 간 섬유화 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 임상적으로 사용 가능한 약물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당뇨병이 있는 환자에게는 피오글리타존이라는 약물이 지방간 개선에 효과가 있고, 당뇨병이 없는 경우에는 비타민e의 고용량 요법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시중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간장 보호제들은 간 수치를 개선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지방간의 원인이 되는 지방 축적이나 염증, 간 섬유화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의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도 지방간 치료제로 공식 권고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q. 마지막으로 지방간 환자들에게 당부하실 말씀이 있을까요?
지방간은 건강검진 수검자의 약 30%, 전체 인구 중 1,000~1,500만 명 이상이 앓고 있다고 보도될 정도로 흔한 질환입니다. 술로 인해 생기는 알코올성 지방간도 위험하지만 내장지방 때문에 발생하는 비알코올성, 즉 대사이상 지방간 환자가 4배 이상 많습니다.
알코올성 지방간의 경우 술을 끊어야 하고, 대사이상 지방간은 반드시 체중 감량이 필요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3가지 위험성, 즉 지방간의 지방 간염,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될 위험과 심혈관 질환 위험, 각종 암의 발병률 증가 위험을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적절한 조기 검진을 통해 빠르게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고, 치료 중에도 금주와 체중 감량에 어려움을 느낄 때는 혼자 고민하기 보다 의료진과 상담해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기획 = 김소현 건강 전문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