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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 태양에 피부 붉어지고 가렵다면?… '자외선 질환' 주의보
여름철 강한 자외선으로 피부가 붉게 달아오를 때, 이를 가벼운 화상으로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피부가 붉어지는 데 그치지 않고 가려움증과 발진이 동반되며 증상이 수일간 이어진다면, 단순한 일광 화상이 아닌 자외선에 의한 광과민 반응(일명 일광 중독)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일광 화상이 자외선에 의한 피부의 염증성 반응이라면, 일광 중독은 화상으로 피부 민감도가 높아진 상태에서 면역계의 과민 반응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이다. 이 때문에 피부 증상뿐 아니라 발열, 오한 등 전신 증상까지 동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두 질환의 차이를 명확히 인지하고 위험 신호를 조기에 파악해 올바르게 대처하는 것이 건강한 여름 나기의 핵심이다. 응급의학과 최우성 교수(가천대 길병원)와 함께 일광 화상과 혼동하기 쉬운 일광 중독의 정확한 정보와 대처법을 자세히 짚어본다.
염증 반응 '일광 화상' vs 면역 반응 '일광 중독'
일광 화상과 일광 중독은 모두 자외선 노출이 주원인이지만, 발생 기전과 양상에서 차이를 보인다. 일광 화상(sun burn)은 자연광이나 인공 광원(예: 태닝 베드, 광선 요법 기기)의 자외선에 과도하게 노출되었을 때 발생하는 급성 피부 염증으로, 주로 자외선 b(uvb)에 의해 생기는 피부 화상을 말한다. 반면, 일광 중독은 자외선에 대한 면역계의 과민 반응이 주된 원인이다. 최우성 교수는 "일광 중독(sun poisoning)은 '햇빛 알레르기(sun allergy)'로도 불리는 특발성 광피부증의 일종"이라며 "의학적으로는 다형광발진(polymorphous light eruption)으로 진단한다"고 설명했다.
일광 화상이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손상인 반면, 일광 중독은 이에 더해 특정 개인의 면역계가 자외선에 비정상적으로 과민 반응하는 질환이다. 따라서 같은 강도의 자외선에 노출되더라도 개인 체질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가려운 발진에 수포"… 일광 중독 의심 증상
증상의 발현 시점이나 형태를 살펴보면, 두 질환의 차이점은 더욱 뚜렷해진다. 일광 화상은 햇빛 노출 후 3~5시간 안에 통증을 동반한 붉은 반점이 나타나 12~24시간 후 최고조에 달했다가 대부분 3일 이내에 가라앉는다. 심하면 부기와 물집이 생기기도 한다.
반면, 일광 중독은 햇빛 노출 후 수 시간에서 수일이 지나 가려움증을 동반한 ▲소양성 구진 ▲구진수포 ▲반점 등이 나타나며 며칠간 지속하는 양상을 보인다. 주로 가슴 위쪽, 목의 v자 모양, 팔 뒤쪽, 어깨, 다리 아랫부분처럼 평소 옷으로 가려져 있다가 갑자기 햇빛에 노출된 부위에서 잘 발생한다. 얼굴과 손등처럼 평소 자주 햇빛에 노출되는 부위는 경화(hardening) 현상으로 인해 다른 부위보다 덜 발생할 수도 있다.
일광 중독, 응급 신호 3가지... "병원에서는 단계별 치료 시행"
만약 일광 중독 증상이 나타났을 때, 특히 유의할 점은 전신 증상 동반 여부다. 최우성 교수는 "일광 화상은 국소 증상에 그치지만, 일광 중독은 드물게 발열, 오한, 두통, 메스꺼움 같은 전신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광 중독은 증상이 경미할 때는 자외선을 차단하고 국소 스테로이드제를 바르는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위험 신호가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 치료받아야 한다.
① 광범위한 피부에 물집(blister)이 잡히거나 극심한 통증과 홍반을 동반하는 경우
② 고열, 오한, 두통, 구토 등 심각한 전신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③ 환부(患部)에 농(膿)이 차거나 진물이 흐르는 등 2차 세균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
병원에서는 증상의 위중도에 따라 단계별 치료를 시행한다. 초기에는 국소용 코르티코스테로이드(topical corticosteroids)를 사용하지만, 발진이 심하면 단기간 경구용 코르티코스테로이드(oral corticosteroids)를 처방한다. 만약 전신 증상이 심하거나 2차 감염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면 입원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오전 10시~오후 4시 외출 자제... "자외선 차단제 2시간마다 덧발라야"
최우성 교수는 "일광 중독은 한 번 발생하면 피부가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며, "이 기간 동안 피부의 민감도가 높아지고 피부 장벽이 약해져 있어 더 쉽게 자극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부 사람들은 처음 겪은 일광 중독을 계기로 광과민 체질이 드러나기도 한다.
따라서 자외선이 가장 강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외출이 불가피하다면 자외선 차단제를 2~3시간마다 꼼꼼히 덧발라야 한다. 자외선 차단제는 uva와 uvb를 모두 차단하는 제품을 선택하고, 자신의 활동량과 피부 타입에 맞게 사용하는 편이 좋다.
복장도 중요하다. 챙이 넓은 모자로 얼굴과 목을 보호하고, 얇고 긴 소매 옷을 착용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더불어 자외선 차단 코팅이 적용된 양산은 가장 확실한 물리적 차단 방법이다. 양산의 안쪽 색상은 검은색 등 어두운 계열을 선택하면 지면에서 반사되는 자외선을 흡수하여 눈과 피부를 보호하는 데 더욱 효과적이다.